2009년 07월 04일
임경완, 기울인 어깨에 천사의 날개를 달다
1
11경기 연속 무실점. 볼넷 보다 두 배 많은 삼진. 불펜 투수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임경완 얘기다. 임작가에서 임천사로 변신. 그는 이제 필승 계투조의 핵심이다.
"그냥 힘이 없어서 슬슬 던진다." 둠씨님이 전하는 임경완의 말이다. 실제 그의 구속은 지난 해보다 3~5km/h 정도 줄어들었다. 그는 더이상 140km/h가 넘는 빠른공을 가진 옆구리 투수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변화다. 사이판 전지 훈련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지난 해엔 구속에 신경을 썼다. 마무리 투수의 덕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구속보다 제구력을 가다듬는 데 집중하려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가 공의 스피드와 맞바꾼 것은 제구력만이 아니다. 공의 궤적이 달라졌다. 타자들 앞에서 솟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의 공이 '꿈틀거린다'고 놀라는 중이다.
2
구속 저하, 제구력 상승, 투구 궤적 변화. 이런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그의 투구 동작을 살펴 보자. 아래 움짤은 지난해 4월 12일 경기(위)와 올해 5월 17일 경기(아래)에 등판한 임경완의 투구 모습이다(동영상을 30개 프레임으로 이미지 캡쳐한 다음 각 프레임에 0.5초의 딜레이를 적용했다).


이번엔 위 이미지 동영상의 스틸 컷을 확인해 보자. 제시된 4개의 구분 동작은 다음과 같다(위 투구 동작은 모두 주자가 있는 상황인 스트레치 포지션 모습이다. 와인드업 포지션 비교는 생략하기로 한다).
- 세트 포지션(set position) : 투구 준비 자세
- 레그 리프팅 탑(leg lifting top) : 스트라이드를 하기 위해 들어올린 무릎이 최고 높이에 다다른 자세
- 풋 랜딩(foot landing) : 스트라이드한 자유발이 지면에 닿은 자세
- 릴리스(release) : 공이 손에서 빠져나갈 때의 자세


이번 시즌 임경완은 세트 포지션에서 등과 무릎을 구부리기 시작했다. 투구 동작의 출발부터 달라졌다는 얘기다. 그가 이런 변화를 시도한 이유는 잠시 후에 다시 생각해 보겠다.
레그 리프팅 탑 포지션과 풋 랜딩 포지션의 변화에 관한 언급은 조심스럽다. 촬영한 카메라의 위치와 각도 차이 때문에 그림 상에서 그것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 내 추측엔 세트 포지션부터 시작된 무게 중심 강하(降下)와 연장선상에 있을 것 같지만, 현재로선 확언할 수 없다.
달라진 임경완 투구 동작의 핵심은 이제부터다. 릴리스 포지션에서 그는, 지난해와 전혀 다른 투수가 되었다. 긴 말 필요없다. 아래 그림으로 다시 보라.


오버 핸드, 쓰리 쿼터, 사이드 암, 그리고 언더 핸드. 투수 유형은 이렇게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이것은 공을 던지는 팔의 각도에 따른 구분이다. 이러한 팔 각도를 미국의 투구 이론가들은 암 슬롯(arm slot)이라 부른다. 릴리스 포지션에서 양쪽 어깨와 공을 던지는 손을 잇는 직선의 각도가 암 슬롯 구분의 기준이며, 그것은 해당 투수의 투구 메카닉에서 가장 중요한 인자다. 그리고 임경완은, 자신의 암 슬롯을 변경했다. 자기 피칭 메카닉의 뼈대를 바꿨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의 임경완은 전형적인 사이드 암이었다. 릴리스 포지션에서 양쪽 어깨와 공의 위치가 지면과 거의 수평을 이루었다. 그것은 140km/h가 넘는 빠른공과 정교한 좌우 로케이션을 구현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임경완의 어깨는 더 이상 지면과 수평이 아니다. 오른쪽 어깨를 지면쪽으로 기울여 공을 던지는 손의 높이를 낮췄다. 그는 이제 언더 핸드 투수다.
앞에서 언급한 세트 포지션의 자세 변화에 대한 설명도 여기서 가능하다. 오른쪽 어깨를 낮추기 위해선 몸의 동선이 길어지기 마련. 임경완은 주자에게 타이밍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투구 준비 자세부터 몸을 낮춰, 투구 동작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지지 않도록 했다.
임경완의 어깨는 얼마나 기울어졌을까. 그의 릴리스 포인트는 얼마나 낮아졌을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래 이미지를 통해 그 낙폭이 상당함을 짐작한다.

3
송승준의 변화는 본인 투구 메카닉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보다 나은 다이내믹 밸런스를 위한 몸의 리듬과 템포에 작은 변화를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임경완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그는 암 슬롯 자체를 바꾸었다. 사이드 암에서 언더 핸드로 변신. 30대 투수로선 대단히 과감한 선택이다. 그것 자체로도 그의 도전에는 큰 의미가 있다.
임경완의 도전은 결국 성공할까. 그가 넘어야 할 언덕의 높이도 만만하진 않다. 첫째, 새로운 메카닉이 몸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상의 위험이다. 사이드 암에서 언더핸드로 바꾸기 위해선 투구 동작시 허리 회전의 각도가 변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둘째, 이 페이지를 통해선 자세히 드러내지 않겠지만, 임경완은 빠른공과 변화구를 던질 때 서로 다른 투구 동작을 갖고 있다. 코킹(cocking) - 릴리스(release) - 팔로우 스루(follow through) 과정에서 그 둘의 팔 각도 차이가 비교적 뚜련한 편. 타자가 그것을 감지할 만한 수준인지는 나로선 잘 모르겠다. 다만 화면상에 보이는 그 차이가 우려스러운 건 감출 수 없다.
이번 시즌 임경완의 투구 구종을 정리하면,
130 중후반 빠른공 (투심 패스트볼로 추정)
120 후반 체인지업 (써클 체인지업)
110 중후반 변화구 (커브)
, 정도가 아닐까 싶다. 포심 패스트볼은 거의 던지지 않는 것 같은데, 정확한 건 모르겠다. 아마 둠씨님이 임경완으로부터 직접 답변을 전해주시지 않을까... (둠씨님, ㄳ)
집필 중단을 선언한 임경완. 기울어진 어깨에 날개를 달고 천사로 돌아왔다. 그의 변신이 성공하길, 빈다.
11경기 연속 무실점. 볼넷 보다 두 배 많은 삼진. 불펜 투수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임경완 얘기다. 임작가에서 임천사로 변신. 그는 이제 필승 계투조의 핵심이다.
"그냥 힘이 없어서 슬슬 던진다." 둠씨님이 전하는 임경완의 말이다. 실제 그의 구속은 지난 해보다 3~5km/h 정도 줄어들었다. 그는 더이상 140km/h가 넘는 빠른공을 가진 옆구리 투수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변화다. 사이판 전지 훈련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지난 해엔 구속에 신경을 썼다. 마무리 투수의 덕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구속보다 제구력을 가다듬는 데 집중하려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가 공의 스피드와 맞바꾼 것은 제구력만이 아니다. 공의 궤적이 달라졌다. 타자들 앞에서 솟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의 공이 '꿈틀거린다'고 놀라는 중이다.
2
구속 저하, 제구력 상승, 투구 궤적 변화. 이런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그의 투구 동작을 살펴 보자. 아래 움짤은 지난해 4월 12일 경기(위)와 올해 5월 17일 경기(아래)에 등판한 임경완의 투구 모습이다(동영상을 30개 프레임으로 이미지 캡쳐한 다음 각 프레임에 0.5초의 딜레이를 적용했다).


이번엔 위 이미지 동영상의 스틸 컷을 확인해 보자. 제시된 4개의 구분 동작은 다음과 같다(위 투구 동작은 모두 주자가 있는 상황인 스트레치 포지션 모습이다. 와인드업 포지션 비교는 생략하기로 한다).
- 세트 포지션(set position) : 투구 준비 자세
- 레그 리프팅 탑(leg lifting top) : 스트라이드를 하기 위해 들어올린 무릎이 최고 높이에 다다른 자세
- 풋 랜딩(foot landing) : 스트라이드한 자유발이 지면에 닿은 자세
- 릴리스(release) : 공이 손에서 빠져나갈 때의 자세


이번 시즌 임경완은 세트 포지션에서 등과 무릎을 구부리기 시작했다. 투구 동작의 출발부터 달라졌다는 얘기다. 그가 이런 변화를 시도한 이유는 잠시 후에 다시 생각해 보겠다.
레그 리프팅 탑 포지션과 풋 랜딩 포지션의 변화에 관한 언급은 조심스럽다. 촬영한 카메라의 위치와 각도 차이 때문에 그림 상에서 그것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 내 추측엔 세트 포지션부터 시작된 무게 중심 강하(降下)와 연장선상에 있을 것 같지만, 현재로선 확언할 수 없다.
달라진 임경완 투구 동작의 핵심은 이제부터다. 릴리스 포지션에서 그는, 지난해와 전혀 다른 투수가 되었다. 긴 말 필요없다. 아래 그림으로 다시 보라.


오버 핸드, 쓰리 쿼터, 사이드 암, 그리고 언더 핸드. 투수 유형은 이렇게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이것은 공을 던지는 팔의 각도에 따른 구분이다. 이러한 팔 각도를 미국의 투구 이론가들은 암 슬롯(arm slot)이라 부른다. 릴리스 포지션에서 양쪽 어깨와 공을 던지는 손을 잇는 직선의 각도가 암 슬롯 구분의 기준이며, 그것은 해당 투수의 투구 메카닉에서 가장 중요한 인자다. 그리고 임경완은, 자신의 암 슬롯을 변경했다. 자기 피칭 메카닉의 뼈대를 바꿨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의 임경완은 전형적인 사이드 암이었다. 릴리스 포지션에서 양쪽 어깨와 공의 위치가 지면과 거의 수평을 이루었다. 그것은 140km/h가 넘는 빠른공과 정교한 좌우 로케이션을 구현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임경완의 어깨는 더 이상 지면과 수평이 아니다. 오른쪽 어깨를 지면쪽으로 기울여 공을 던지는 손의 높이를 낮췄다. 그는 이제 언더 핸드 투수다.
앞에서 언급한 세트 포지션의 자세 변화에 대한 설명도 여기서 가능하다. 오른쪽 어깨를 낮추기 위해선 몸의 동선이 길어지기 마련. 임경완은 주자에게 타이밍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투구 준비 자세부터 몸을 낮춰, 투구 동작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지지 않도록 했다.
임경완의 어깨는 얼마나 기울어졌을까. 그의 릴리스 포인트는 얼마나 낮아졌을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래 이미지를 통해 그 낙폭이 상당함을 짐작한다.

3
송승준의 변화는 본인 투구 메카닉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보다 나은 다이내믹 밸런스를 위한 몸의 리듬과 템포에 작은 변화를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임경완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그는 암 슬롯 자체를 바꾸었다. 사이드 암에서 언더 핸드로 변신. 30대 투수로선 대단히 과감한 선택이다. 그것 자체로도 그의 도전에는 큰 의미가 있다.
임경완의 도전은 결국 성공할까. 그가 넘어야 할 언덕의 높이도 만만하진 않다. 첫째, 새로운 메카닉이 몸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상의 위험이다. 사이드 암에서 언더핸드로 바꾸기 위해선 투구 동작시 허리 회전의 각도가 변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둘째, 이 페이지를 통해선 자세히 드러내지 않겠지만, 임경완은 빠른공과 변화구를 던질 때 서로 다른 투구 동작을 갖고 있다. 코킹(cocking) - 릴리스(release) - 팔로우 스루(follow through) 과정에서 그 둘의 팔 각도 차이가 비교적 뚜련한 편. 타자가 그것을 감지할 만한 수준인지는 나로선 잘 모르겠다. 다만 화면상에 보이는 그 차이가 우려스러운 건 감출 수 없다.
이번 시즌 임경완의 투구 구종을 정리하면,
130 중후반 빠른공 (투심 패스트볼로 추정)
120 후반 체인지업 (써클 체인지업)
110 중후반 변화구 (커브)
, 정도가 아닐까 싶다. 포심 패스트볼은 거의 던지지 않는 것 같은데, 정확한 건 모르겠다. 아마 둠씨님이 임경완으로부터 직접 답변을 전해주시지 않을까... (둠씨님, ㄳ)
집필 중단을 선언한 임경완. 기울어진 어깨에 날개를 달고 천사로 돌아왔다. 그의 변신이 성공하길, 빈다.
# by | 2009/07/04 18:56 | Player | 트랙백 | 덧글(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