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0일
송지만은 이호준의 미래다
FA 이호준이 시장에 나왔다. 모든 이의 관심은 “얼마에”와 “어디로”.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가 보여줄 성적표"다. FA 계약 이후 그가 얼마나 많은 안타를 칠 것인지, 얼마나 많은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길 것인지에 관한 답이 필요하다. "앞으로 4년 동안 이호준의 실력에 대한 예측값은 얼마인가?"메이저 리그 판타지 게이머들에게 인기있는 선수 예측 평가 시스템은 페코타(PECOTA) 시스템이다. 테오 엡스타인도 이 시스템을 통해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최희섭을 영입한 바 있다. 네이트 실버(Nate Silver)와 그의 동료들이 고안했고, 기본 아이디어는 빌 제임스(Bill James)의 유사성(Similarity) 이론에서 가져왔다.
제임스는 '동일 연령에서 비슷한 기량을 보인 두 선수는, 앞으로도 유사한 성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A라는 선수가 22세~25세 동안 기록한 성적이 10년전 B라는 선수의 22세~25세 기록과 비슷하다면, A선수가 26세에 보여줄 성적은 B선수가 26세에 남긴 기록과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최근 세이버메트리션들에게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으며, 실제로 그 효과는 강력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내게 페코타 시스템은 무용지물.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Baseball Prospectus)는 그 시스템을 유료화했고, 함수식은 비공개다.
해서, 나름 잔머리를 굴려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이호준의 미래 성적표를 예상해 본다.
1. 평가 도구 스탯은 OPS로 한다.
2. 역대 한국 리그 통계 자료에서 개인 통산 OPS 0.800 이상인 선수들을 추출한다.
3. 추출된 선수들과 이호준의 OPS를 연령별로 그래프에 그린다.
4. 두 선수의 연령별 OPS 패턴이 가장 비슷해 보이는 그래프를 선택하고, 빌 제임스의 Similarity Score를 계산한다.
이에 따라 이호준과 비교 대상에 오른 선수는 여섯. 그 명단과 비교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 이후 표시되는 나이는 모두 '만나이'다.
이 선수들에 대해서 빌 제임스의 유사성 점수(Similarity Score)를 계산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송지만-이호준 (23세~31세) : 유사성 점수 = 934점
이숭용-이호준 (24세~31세) : 유사성 점수 = 907점
한대화-이호준 (23세~31세) : 유사성 점수 = 874점
김응국-이호준 (23세~31세) : 유사성 점수 = 842점
김민호-이호준 (23세~31세) : 유사성 점수 = 841점
박정태-이호준 (22세~31세) : 유사성 점수 = 828점
그래프들의 패턴과 트랜드을 봐도 그렇고, 유사성 점수의 순위를 봐도 그렇고, 이호준과 가장 비슷한 선수는 송지만. 그는 연령별 OPS 곡선뿐만 아니라, 연령별 볼넷/타석, 볼넷/삼진 수치도 이호준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송지만과 이호준의 연령별 OPS 비교]

[송지만과 이호준의 볼넷/타석 비교(위), 볼넷/삼진 비교(아래)]
빌 제임스에 따르면, 이호준이 32, 33, 34, 35세 동안 기록할 성적은 송지만이 그 연령에 남긴 그것과 유사할 것이다. 물론, 모든 통계는 "예외"라는 변명 수단을 갖는 법. 예측은 틀리기 위해 존재하고, 통계학자들은 "그저 확률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송지만이 이호준의 미래'라고 단정하는 건 어리석은 짓임을 나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은 소심하고 비겁해 보일지라도, 우리는 그 "확률"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또한, 선수들에 대한 '예측'이야말로 야구팬들의 수다와 놀이 가운데 그 재미가 으뜸. 그닥 신뢰롭다 확언하진 못하지만, 어쨌든 위 숫자와 곡선들이 의미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자.
1. 이호준은 나이 26세와 27세에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위 선수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31세 이후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경신하지 못했다. 이호준도 4년 안에 +25 홈런 혹은 OPS 0.950 이상을 기록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혹시 그가 양준혁으로부터 '불로신공'을 전수받는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2. 이호준은 4년 안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OPS 0.850 을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쯤은 OPS 0.800 을 넘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 번 이상 +8할 OPS를 기록하는 건 어렵다. 참고로, 2007시즌에 OPS 0.850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0명이고, 0.800 을 넘긴 선수는 모두 17명이다. 그 17번째 선수는 장성호다.
3. 물론 이호준은 박정태가 그랬던 것처럼 기량이 급락하고, 은퇴를 해야 할 지경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호준은 박정태보다 송지만을 답습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4. 송지만은 그의 나이 32, 33, 34세에...
2005 시즌 : 510 타석, 홈런 24 개, OPS 0.852 (10위)
2006 시즌 : 510 타석, 홈런 16 개, OPS 0.766 (19위)
2007 시즌 : 478 타석, 홈런 15 개, OPS 0.806 (16위)
...를 기록했다. 이호준과 송지만의 유사성 점수가 높고 OPS 곡선의 패턴이 비슷하다 해도, 이호준의 31세까지 기록은 송지만의 31세까지 기록보다 다소 뒤지는 게 사실. 이호준이 앞으로 송지만보다 조금 더 나은 기록을 생산하면 그들의 유사성 점수는 점점 높아지겠지만, 현재와 같은 패턴이 지속된다면 이호준의 향후 3년은 송지만이 남긴 기록에 조금 못미칠 수도 있다.
5. 이숭용은 31세 이후 조금씩 떨어지는 장타율을 출루율로 메꾸며 꽤 안정적인 OPS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송지만의 장타율은 여전히 0.450 이상이다. 아마 이호준도 송지만과 비슷한 수준의 장타율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호준이 원하는 4년 계약의 마지막 두 해쯤에는 자신의 힘이 부쩍 떨어졌음을 스스로 알게될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그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이숭용의 OPS 관리 노하우다.
요약하면, 이호준은 OPS 0.800 ~ 0.850 사이의 스탯을 두 번 정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 구장을 홈으로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홈런은 아마도 4년 동안 55~60개 쯤이지 않을까. 그에게 매년 +20홈런을 바라는 구단 혹은 팬이 있다면 부디 '쿨 다운'하시라고 말해 주고 싶다.
현재 그의 요구는 4년에 40억. 너무 과한걸까. 하지만, 그 금액과 이호준의 예상 기록이 부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지금껏 했던 얘기와 다른 차원이다. 그 적합성을 따지는 건, 그러니까, 그가 장성호의 2년전 금액 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 건... 사실 별 무의미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 리그의 선수 몸값은 한국 리그 전체 시장의 기형성 만큼이나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내 관심의 가장 큰 부분은 이호준이 부산에 새둥지를 트는 경우다. 이대호와 짝을 이뤄 "호호포"를 구성하게 된다면, 예상 외로 꽤 높은 시너지 효과를 생산할 수도 있다. 주로 지명 타자로 나서야 하는 점이 롯데로선 다소 손해 보는 느낌이겠지만, 지금 우리 팀에게 그런 걸 따질 짬같은 건 없다. 에이-로드를 붙잡은 양키스팬들마저 이렇게 웃고 넘어가는 마당에, 8888577의 고통을 겪는 팬들에게 돈타령따위는 '아웃 오브 안중'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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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11/20 08:51 | Player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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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의 롯데 일개 무명 팬으로서 할 얘기는,
"무조건 데리고 오라. 1순위 김동주, 2순위 이호준으로"
이 간단명료하며 절절한 외침 밖에.
29GS 187.1IP 188H 52BB 167K 19HR ERA 4.01 VORP 35.8 WARP 5.6
32GS 204.2IP 191H 80BB 201K 25HR ERA 4.40 VORP 37.0 WARP 6.5
위에가 페코타, 아래가 실제... 요즘 성적예상하는 툴은 많지만 그중에서 갠적으론 페코타가 젤 맘에 듭니다... 돈내라는거 빼구요 -_-
anakin / 내가 엠엘비 판타지에 중독되어있던 2000년과 2001년엔 페코타 카드를 안팔았어요. 그때라면 기꺼이 돈을 냈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