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22. 인순이는 예쁘다 6회

지하철 자살 미수가 인순을 시대의 의인으로 만들고, 라디오 방송 사고는 네티즌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비록 "꼬인 스텝"이었지만,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빚어진 그 순간의 어눌함을 대중은, 그러니까 인순과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이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간절히 원할 때는 아무도 주지 않던 빌어먹을 사랑, 사랑, 그 사랑을.

병국은 기어코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만다. 그렇게 흠모하던 스타가 눈 앞에 나타난 게 꿈만 같다. 50대 중년의 귀여운 팬심이 연심으로 바뀌려고 한다. 비현실적이라고? 천만에, 모든 사람에겐 각자의 순간이 있다. 7살 꼬마에게 박힌 꿈이 세계적인 은반 요정을 만들고, 환갑줄에 맞이한 권력욕이 노년을 부끄럽게도 하는 법이다. 선영의 팬클럽 회장에서 출발한 병국의 로맨스는 절대 정당하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인순의 유명세로 가장 행복한 이는 정아. 배다른 자매지만 '인순이 언니'는 정아에게 산타클로스같다. 인순 덕에 엄마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그 덕에 오디션을 빼먹을 수 있고, 또 그 덕에 우연히 근수를 만나게 된다. 가까이 다가서기 어렵지만, 그래도 정아는 근수 옆에 있고 싶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다,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다. 정아에게도 그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달리는 버스를 붙잡아 올라타는 상우를 보면서 피식 웃은 건 나뿐일까. 그런 경험, 누구라도 한 번은 있겠지. 벌써 10년쯤 되었나 보다. 오목교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가 탄 버스에 올라타려고 냅다 달리던 때가. 그 순간이 슬며시 그립다.

상우도 인순처럼 스텝이 꼬이고 만다.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얼버무리고, 딴청을 피운다. 그리하여, 상우가 맞이한 순간은 또 어정쩡하게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인순은 상우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간다.

낯선 우연의 순간들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곳이 밝음이든 어둠이든 그런 건 나중 일이다. 인순에게 갑자기 다가온 스포트 라이트가 조만간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환하게 드러내는 역광이 될지라도...

by 넘나 | 2007/11/22 23:39 | * it's mine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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