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5일
08.04.12. KIA 4 : 8 롯데 @ 사직
1
사직 구장은 좁고, 지저분하고, 시끄럽습니다. 지정석에 앉아도 늘 불만스럽습니다. 잠실구장에서 야구를 볼 때는 어떤 타자가 어떤 볼 카운트에서 어떤 공에 스윙을 했는지까지 기억하는 것도 가능한데, 사직에선 그게 안됩니다. 도무지 야구에 집중이 되질 않아요.
어떤 날은 경기가 끝나고 스코어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물론, "술을 그렇게 처먹으니 그렇지!"라는 매우 적절한 자책을 받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 경기를 보기 위해 아침 7시 30분에 집에서 나가야 하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는 이유는 그곳이 "나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사직 구장에 처음 발을 디딘 건 1992년이었습니다. 염종석의 슬라이더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겠다며 학교 시험을 제치고 갔더랬지요. 실은 태어나서 부산땅을 밟은 것도 그 해가 처음이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모든 길이 낯설었지만, 마냥 좋았습니다. 야구와 롯데와 염종석을 볼 수 있었으니까.
시즌이 시작되면,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쯤 부산에 갑니다. 이젠 단골 식당도 있고, 허심청에 들러 사우나를 하기도 하고, 하룻밤 신세 질 친구도 있습니다. 부산의 볼거리와 먹거리는 대충 경험해 보았지요. 하지만, 여전히 부산은 나에게 편안하지 않습니다. 길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습니다. 야구만 아니면, 그곳에 갈 일도 마음도 없지요.
언론은 올해도 부산의 열광적인 야구 사랑에 대해 경탄합니다. 물론 나도 그 평가에 동의합니다. 3만 관중이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며 3시간 내내 함성을 지르는 모습은 그리 흔히 볼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닙니다.
여전히 각종 인터넷 야구 게시판에서는 엘지, 롯데, 그리고 기아팬들끼리 누가누가 더 많은 팬들을 갖고 있고, 어느쪽의 팬心이 더 센지를 놓고 투닥투닥 싸웁니다. 뭐, 나도 그런 댓글 싸움에 동참한 적이 있지만, 팬수와 열정의 크기가 왜 중요한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우리편"이 많은 것이, 혹은 "우리편의 목소리"가 더 우렁찬 것이 왜 자신들의 자긍심으로 이어지는지 나는 알 수가 없어요.
이 우주에 팬이 나 혼자여도 좋으니, 나는 그저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야구를 잘 하기만 하면 좋겠습니다.
2
경기는 무척 지루했습니다. 매클래리는 주야장천 속구만 던져대고, 전병두는 엄한 곳에 공을 뿌려대고, 강민호가 홈런을 치기 직전엔 슬쩍 졸음도 몰려왔습니다.
아... 강민호... 이 녀석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이렇게 야구를 잘 하는겁니까? 양현종 공을 쩍 걷어올려 담장 밖으로 보내버렸을 때, 나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방방 뛰었습니다.

지난 겨울 상동야구장을 갔을 때, 선수들의 배팅 연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커스님과 내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건 강민호의 모습이었습니다.
선수들은 스펀지로 만든 공으로 토스-배팅을 하고 있었는데, 강민호의 배트에 맞은 스펀지공이 담벼락 그물까지 쫙쫙 뻗어나갔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타구가 툭툭 나가던 것과는 전혀 달랐어요.
"쟤 올해는 홈런 스무 개 넘기는 거 아냐?" 웃으며 나눴던 농담이,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가 헛것을 보진 않은 모양입니다.
사직 구장은 좁고, 지저분하고, 시끄럽습니다. 지정석에 앉아도 늘 불만스럽습니다. 잠실구장에서 야구를 볼 때는 어떤 타자가 어떤 볼 카운트에서 어떤 공에 스윙을 했는지까지 기억하는 것도 가능한데, 사직에선 그게 안됩니다. 도무지 야구에 집중이 되질 않아요.
어떤 날은 경기가 끝나고 스코어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물론, "술을 그렇게 처먹으니 그렇지!"라는 매우 적절한 자책을 받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 경기를 보기 위해 아침 7시 30분에 집에서 나가야 하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는 이유는 그곳이 "나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사직 구장에 처음 발을 디딘 건 1992년이었습니다. 염종석의 슬라이더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겠다며 학교 시험을 제치고 갔더랬지요. 실은 태어나서 부산땅을 밟은 것도 그 해가 처음이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모든 길이 낯설었지만, 마냥 좋았습니다. 야구와 롯데와 염종석을 볼 수 있었으니까.
시즌이 시작되면,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쯤 부산에 갑니다. 이젠 단골 식당도 있고, 허심청에 들러 사우나를 하기도 하고, 하룻밤 신세 질 친구도 있습니다. 부산의 볼거리와 먹거리는 대충 경험해 보았지요. 하지만, 여전히 부산은 나에게 편안하지 않습니다. 길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습니다. 야구만 아니면, 그곳에 갈 일도 마음도 없지요.
언론은 올해도 부산의 열광적인 야구 사랑에 대해 경탄합니다. 물론 나도 그 평가에 동의합니다. 3만 관중이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며 3시간 내내 함성을 지르는 모습은 그리 흔히 볼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닙니다.
여전히 각종 인터넷 야구 게시판에서는 엘지, 롯데, 그리고 기아팬들끼리 누가누가 더 많은 팬들을 갖고 있고, 어느쪽의 팬心이 더 센지를 놓고 투닥투닥 싸웁니다. 뭐, 나도 그런 댓글 싸움에 동참한 적이 있지만, 팬수와 열정의 크기가 왜 중요한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우리편"이 많은 것이, 혹은 "우리편의 목소리"가 더 우렁찬 것이 왜 자신들의 자긍심으로 이어지는지 나는 알 수가 없어요.
이 우주에 팬이 나 혼자여도 좋으니, 나는 그저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야구를 잘 하기만 하면 좋겠습니다.
2
경기는 무척 지루했습니다. 매클래리는 주야장천 속구만 던져대고, 전병두는 엄한 곳에 공을 뿌려대고, 강민호가 홈런을 치기 직전엔 슬쩍 졸음도 몰려왔습니다.
아... 강민호... 이 녀석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이렇게 야구를 잘 하는겁니까? 양현종 공을 쩍 걷어올려 담장 밖으로 보내버렸을 때, 나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방방 뛰었습니다.

(강민호가 2점 홈런을 치는 모습)
지난 겨울 상동야구장을 갔을 때, 선수들의 배팅 연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커스님과 내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건 강민호의 모습이었습니다.
선수들은 스펀지로 만든 공으로 토스-배팅을 하고 있었는데, 강민호의 배트에 맞은 스펀지공이 담벼락 그물까지 쫙쫙 뻗어나갔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타구가 툭툭 나가던 것과는 전혀 달랐어요.
"쟤 올해는 홈런 스무 개 넘기는 거 아냐?" 웃으며 나눴던 농담이,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가 헛것을 보진 않은 모양입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 롯데 vs KIA 1차전 @ 사직 by 想翔
- [야구] 주말 기아 삼연전 결과... by 히엔
- 롯데 : 삼성 경기 소감 by 스카이
- 날씨도 상콤 홈런도 상콤 오늘하루 상콤ㅋㅋ by 희엔
- 집에 들어왔어요. by 에밀리
# by | 2008/04/15 14:42 | The Game | 트랙백 | 덧글(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사직구장엘 가보지 못했슴다(함 가보구 싶네요)
매클래리는 더 좋아질거 없이 타자들이 계속 잘 쳐주는 재수를 기대할수밖에 없지않나 싶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우리가 봤던 나머지 한명도 헛것을 본게 아닌걸 보여주면 좋겠는데..
이승화도 못나오는 외야인지라..ㅎㅎㅎ
올해가 지나면 롯데 포지션별 올스타에는 무조건 포수자리에 강민호를 넣어야 할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