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21일
롯데 자이언츠 시즌 포기?
- 아팠던 기억부터 떠올려보자. 2005년 자이언츠의 초반 상승세는 대단했다. 이번 시즌의 돌풍보다 훨씬 강력했다. 대구 개막전 2연패와 4월 2번째주 사직 3연패 이후, 롯데는 무섭게 위로 치고 올라갔다. 2~3연승은 기본, 6연승까지 달리며 승차를 넉넉히 벌어놓았던 2005년 초반이었다. 최근, 각종 언론에서 부산의 야구 열기에 대해 호들갑이지만, 부산 사직 구장의 광란은 2년전에도 있었다. 언론의 가벼운 기억력이 문제였을 뿐.
- 6월 5일 수원에서 시작한 9연패의 악몽은 6월 14일 마산에서 끝났다. 당시 승률은 0.467. 5할에서 -4인 상태였다. 충격적인 연패였지만, 팬들은 다시 시작하자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그러나, 6월 25일 사직에서 4연패를 당하던 날, 많은 사람들은 결국(?) 포기 모드에 접어들었다.

-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우리 전력의 마이너스 요인은 이용훈의 부상과 펠로우의 약점 노출 외에 별거 없었다. 시즌 절반을 갓넘긴 시점에서 5할 -8이면, 반격의 여지는 가능하다고 여겼다.
- 나머지 56경기에서 38승 18패만 하면 5할 승률에 다다를 수 있고, 그 정도면 4강에 갈 수도 있었다. 실제로, 당시 한화 이글스는 겨우 5할에서 +3승으로 준플레이오프 컨텐더가 되었다. 물론, 38승 18패(승률 0.679)는 쉬운 승률이 아니다. 그러나, 6월 26일부터 7월 23일까지 자이언츠는 -8을 -6으로 줄였다. 16경기만에 +2승을 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낸다면 시즌 마지막까지 5할은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 7월 24일, 노장진이 가정 문제로 팀에서 빠졌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었다. 그리고, 그날 팀은 패배했고, 5할 승차는 -7이 되었다. 5할에서 남아 있는 승수는 27승이었다. 마무리 투수 없이 그 숫자를 얻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그때 2005년 시즌을 포기했다.

- 오늘까지 자이언츠는 61경기를 소화했고, 5할 승률에서 5경기가 모자란 상태다. 5월 19일 이후로는 5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포기라는 소리가 들린다.
- 실은, 지난 겨울 내 목표는 7위였다. 리그 중간 수준의 마무리(카브레라) 하나 달랑 합류한 상황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사치라고 여겼다. 그러나, 모든 야구팬들의 마음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법. 나도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내겐 두 가지 모델이 있었다.
- 하나는 2002년 LG 트윈스 모델, 나머지 하나는 2006년 KIA 타이거즈 모델이었다.

- 02년 트윈스에겐 5월말에 이미 파장 분위기가 맴돌았다. 2001년에 영입한 김성근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고, 주포 김재현은 타석에도 제대로 들어서지 못했다. 6월 6일 49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승률 0.426, 5할 -7경기. 잠실 야구장의 관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 그러나, 이후 10경기에서 10연승. 트윈스는 단번에 5할 위로 점프했다. 양상문 투수코치 체제였던 마운드가 짠물 피칭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트윈스는 180도 달라졌다. 7월 중반 이후 잠시 5할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 10월 19일 잠실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LG 트윈스는 0.520의 승률(5할 +5승)로 4강에 턱걸이했다. 그리고, 그 팀은 한국 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 나의 두 번재 모델인 KIA 타이거즈의 2006년은 자이언츠에게 더욱 현실적인 모델이었다(강병철 감독이 얼마전 6월말까지 5할에서 -5까지만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했던 것이 아마 이 모델일 것이다). 타이거즈는 6월 초순까지 5할 위아래에서 시소를 탔다. 최고 몸값 신인 한기주와 WBC 영웅 이종범에게 걸었던 기대는 무너졌지만, 그 팀은 6월 3번째주까지도 5할 문턱에 있었다.

- 그러나, 타이거즈는 7월과 함께 갑자기 무너졌고, 7월 7일 66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5할 -5승을 기록했다. 그때 그 팀의 벤치는 승부수를 던졌다. 셋업맨으로 시즌을 출발한 전병두를 선발로 돌려 몇 승을 챙긴후, 타이거즌는 장문석을 선발로 돌리고, 윤석민을 마무리에 투입했다. 선발 장문석으로는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마무리 윤석민 카드는 대박이었다. 게다가, 2군에 있다 콜업된 한기주의 불펜 합류는 기아 마운드를 리그 최강으로 만들었다.
- 마운드에 대한 원포인트 외과수술을 마친 타이거즈는 다시 "5할 놀이"를 했고, 그들은 결국 가을 잔치의 마지막 초대손님이 되었다. 승률 0.520. 5할 승률에서 불과 +2승이었다.
- 다시 2007년 오늘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오자.
- 현재 우리는 5할에서 -5승이 부족하다. 그리고, 남은 경기는 65경기이다. 수치상 포기 단계는 전혀 아니다. 최근 추세가 좋지 않지만, 야구엔 언제나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 우리에게 남은 카드를 꼼꼼히 따져보자.
- 첫째, 이승화의 부상은 물론 굉장한 타격이다. 그는 팀의 득점공헌도(XR, RC)에서 이대호 다음에 위치하는 팀 타선의 핵심이다. 하지만, 05년 노장진의 시즌 아웃만큼 결정적인 데미지는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승화 역시 시즌 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였지 않은가. 김문호, 이인구, 손용석 등이 (충분하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공백을 채울 수도 있다.
- 둘째, 들은 얘기에 의하면 윤동배 스카우트가 출장을 떠났다고 한다.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물론 새로운 외국인 선수 타자를 살펴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리오스 교체 결정은 빠를 수록 좋다.
- 셋째, 마운드의 외과 수술이 필요하다. 06년 타이거즈가 그랬듯이 말이다. 우선 장원준은 엔트리에서 제외해서 밸런스를 되찾게 하는 게 좋겠다. 조정훈, 송승준, 염종석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 또한, 장마가 시작되면, 마운드 운영은 4인 선발로도 충분하다.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마운드 운영이 필요하다.
-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야구 표현 가운데 내가 믿지 않는 것이 "분위기"다. 팀분위기, 연승 분위기, 연패 분위기... 이런 말들은 그냥 말 좋아하는 이들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위기 뒤의 찬스", "대역전승 이후 팀분위기 상승"... 이런 말들은 실제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결과들과 다른 경우가 훨씬 많다.
- 중요한 건, 현재 숫자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 61경기, 승률 0.458, 5할 -5경기
- 포기와는 아직 거리가 먼 숫자다. 지금은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다.

# by | 2007/06/21 20:01 | Player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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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올해에는 반드시 가을에 야구 하는걸 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이디건 / 과학적......까지는 너무 과찬,,,,,,,,,, -_-;;;;;;;;;;;;;;;;;;
저도 각 경기마다 분위기를 마니 따지는 편입니다만,
역시 야구는 Data죠.
롯데가 제발 올해만큼은 Data 야구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