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22. 롯데 vs 현대 9차전. 수원 구장

- 수원 구장 매표소에서 표를 받는 순간, "와~"하는 함성이 들렸다. 얼른 뛰어갔더니, 정보명이 3개의 베이스를 한꺼번에 돌아 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홈런을 직접 보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크게 궁금하진 않다. 아마도, 좌측 펜스 뒤로 라인 드라이브성 홈런이었을테니까. 마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 2년만에 한 경기 4안타를 친 정수근(자이언츠로 이적 후 2번째, 두산 시절 총 12회)을 오늘의 베스트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면, 넌센스다. 베이스를 3개나 훔친 김주찬은 더더욱 아니다. 잘 한 건 맞지만, 오늘 경기에서 대량 득점을 얻을 수 있었던 중요한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다.

- 2회초 강민호의 볼넷(출루후 팀의 4번째 득점)과 5회초 정보명의 볼넷(출루후 팀의 10번째 득점)이 대량 득점을 이끌어낸 큰 힘이었다. 아웃 카운트를 희생하지 않고, 연속 득점의 기회를 창출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각각 팀내 최다 삼진 으뜸과 버금딸림을 기록하고 있던 그들이기에 더욱 기특하다(팀내 딸림 삼진왕은 이승화).

- 누누히 말하지만, "운"으로 인해 안타가 나올 가능성은 "운"으로 인해 볼넷을 얻을 가능성보다 더 크다. 그러니까, 안타에 비해 볼넷이 타자의 능력치를 가늠하는 더 좋은 도구란 소리다.

- 많은 사람들이, '간결한 스윙', '딱딱 끊어치는 타격', 그리고, '밀어치기 능력 배양'의 가치를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양준혁이 말했듯이, 성장 도중에 있는 선수에게 "갖다 맞추는" 스윙은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자기 스윙을 밀고나가면서, 스스로 조금씩 진화할 때 훌륭한 타자가 될 수 있다. 내가 강민호와 정보명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주위의 각종 압박(팬, 감독 등등)에도 굴하지 않고 늘 자기 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강민호와 정보명은 아직 훌륭한 타자가 아니다. (오늘은 잘 했지만)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공을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 부족하다. 내가 그들에게 Guns and Roses의 "patience"를 추천하려는 이유가 그것이다. 물론, 볼넷 능력 혹은 선구안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리고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향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나도 인내심을 갖고 그들을 기다리려고 한다.

"The longer the hitter can wait, the better the hitter will be!"
(American Baseball Coaches Association 편찬 Baseball Skills & Drills 中에서)

- 지난 화요일, 손민한은 7이닝 3자책에 패전 투수가 되었다. 오늘 최향남은 5이닝 4자책에 승리 투수가 되었다. 야구란 그런거다.

by 넘나드는 | 2007/06/23 00:38 | The Game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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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이디건 at 2007/06/23 04:45
giantsmania 에서 보고 왔습니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정수근 선수를 "뛰게" 만드는 것은 1번으로 기용해 보는 것 같아요. 몸값 대단한 선수를 항상 2번에 두면서 번트나 1번이 이미 한번 상대한 투수를 2차적으로 상대하는 것은 좀 안 맞았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1번으로서 맨 처음 나와서 상대 투수와 먼저 대결하는 모습도 보이고, 기습이든 쳐서 만들든 안타나 볼넷 등등 스스로 풀어 나가게 해주는 것, 그게 필요했던 것이었을까요... 그간... 저 선수는 열심히 뛰지 않는데, 빼지~~~ 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면 뛰게 할 수 있을까 라는게 핵심이었던 것 같아요.
Commented by 힙합아부지 at 2007/06/23 05:23
역시 예리한 판단이시군요~
저도 오늘 경기 보면서 중요한 순간에 볼넷 얻어내는건 예전 중요할때 똑딱 거리려다 범타로 물러나는 것 보다 훨씬 집중력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2사 이후에 7점이나 뽑아낸건 정말 롯데 답지 않은 응집력이라고 할까요?
오늘을 계기로 스크전 2연속 완봉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서 좀 활발한 타격을 보였으면 합니다.
최향남 선수는 홈런을 맞았지만 전체적으로 투구가 괜찮아 보였고,
이승화 선수의 공백을 얼마나 잘 메꾸는 것이 롯데가 치고 올라갈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할것 같습니다. 박현승 선수 돌아오니 이승화 선수가... 마가 꼈나요 롯데~~
Commented by 넘나드는 at 2007/06/23 08:33
제이디건 / 그러게 말입니다. 결국 조직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수장의 역할인데요... 그런 면에선 우리팀 매니저(감독)의 능력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힙합아부지 / 글에도 썼지만, 강민호, 정보명은 삼진을 밥 먹듯이 하는 녀석들인데.... 참 기특했습니다. 어제는. 뭐, 이런 날도 있어야죠 ㅎ
Commented by Tao4713 at 2007/06/23 22:31
오늘 경기도 참 스릴 만점의 경기였습니다. 무엇보다 임경완 선수의 활약이나 요즘 약간 부진했던 최대성 선수의 활약이 기뻤습니다. ^^;
링크 신고합니다. ^^;
Commented by 넘나드는 at 2007/06/24 00:15
Tao4713 / 야구장 갔다 왔는데....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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