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02. 롯데 vs 현대 13차전. 수원 구장

- 전국 야구장 가운데 잠실 구장 다음으로 좋아하는 수원 구장. 아담하고, 시원하고, 조용하다. 불편한 의자 빼고는 야구를 즐기는데 최적의 장소다. 올해도 지금까지 빼먹지 않고 모든 경기를 챙겼다. 시범 경기나 포스트 시즌에는 롯데 경기가 아니더라도, 수원 구장은 한 번씩 가는 편이다.

- 수원 구장에선 아는 사람의 친절함으로 종종 티켓을 사지 않고 들어가거나, 내야 입장권으로 테이블이 있는 특별 지정석에 앉는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다. 대전 구장처럼 삼엄한 보안 요원에 의해 마시던 소주잔을 빼앗기는 일도 없고, 캔맥주를 잠실보다 조금 싸게 살 수도 있다.

- 오가는 교통편도 문학보다 훨씬 낫고, 주차 공간도 늘 넉넉하며, 야구장의 크기가 작아 때때론 경기 도중에 밖에 나가 음식을 사먹고 들어올 수도 있다. 피자헛과 미스터피자가 바로 옆이라 배달도 가능하고, 김밥천국에서 돈까스를 시켜먹는 것도 가능하다.

- 지정석의 공간이 작아, 덕아웃 바로 위까지 일반석으로 되어 있는 것도 너무 좋다. 관중석 제일 하단에 앉으면 대기 타석에서 몸을 풀고 있는 타자들과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투수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 전광판이 구식이라서 선수에 관한 상세 정보라든가 이전 타석 기록을 알 수 없고, 타구장 소식을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의지해야 하는 것과 경품 당첨 내역을 야구장 입구에 붙여놓은 종이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지만, 그 정도야 충분히 감내가 가능하다.

- 수원 구장의 가장 좋은 점은 뭐니뭐니해도 조용하다는 것이다. 구장내 음향 시설이 허름하여 홈팀의 응원 음악 소리에 눈쌀을 찌푸릴 필요도 없고, 잠실처럼 우리 팀의 치어리더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경기에 눈과 귀를 집중하는데 그만이다. 한 2년전부터는 롯데팬들이 다소 많이 와서 그렇지만, 그 예전엔 야구장에 관중이 거의 없었다.

- 함께 간 사람들과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고, 내야 펜스 그물 바로 앞에 있으면, 선수들끼리 말하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물론 대구나 광주도 그닥 시끄러운 편은 아니지만, 수원에 비할 바가 못된다. 나는 그 조용함이 너무 좋다. 야구에 집중할 수도 있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수도 있으며, 때로는 밤 바람의 살가움에 기분 좋은 졸음을 맞을 수도 있다.

- 그래서, 오늘 나는 경기 시작부터 만두와 맥주 2캔과 쥐포를 먹었고, 경기 중반엔 머리를 텅 비우고 물끄러미 그라운드를 바라보았으며, 7회말부터는 난간에 등을 기댄 채 잠이 들었다. 눈을 떠 보니 현대가 추가 득점을 하고 있더군.

- 야구장에 뭐하러 갔냐고? 그게 내 삶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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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넘나 | 2007/08/03 00:38 | The Game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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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Wellbutrin w.. at 2008/09/01 21:53

제목 : Wellbutrin sr.
Wellbutrin side effects. Wellbutrin migraine. Wellbutrin....more

Commented by 힙합아부지 at 2007/08/03 22:23
마지막 글이 너무 맘에 드네요.
야구장에 뭐하러 갔냐고? 그게 내 삶인걸...
하하 전 늘 야구 시청하는게 제 삶입니다.
아무리 답답하고 짜증나고, 가끔은 시원시원하게 하는게 롯데니까요
올해는 꼭 가을에 야구 했으면 하는데.. 힘들겠죠?
Commented by 넘나 at 2007/08/04 06:34
힙합아부지 / 힘들지만 어쩌겠어요... 우짜든둥 함 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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