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1. 롯데 vs 삼성 14차전. 대구 구장

- "스트라이크"는 왜 스트라이크일까, "볼"은 왜 또 볼일까. 내 말은, "스트라이크"를 왜 스트라이크라 부르고, "볼"을 왜 볼이라 부르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는 얘기다. 한번쯤 그런 호기심을 가진 적이 없나?

"아웃", "세이프", "히트", "홈런", "파울" 등등, 대부분의 야구 터미놀로지(terminology)들은 그것이 생겨난 연유에 공감하기 어렵지 않고, 해당 용어들만으로도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유독 볼 카운트의 핵심인 "스트라이크"와 "볼"만은 원래 그 단어들이 가진 뜻("때리다"와 "공")과 야구 경기의 컨텍스트 안에서 그 용어들이 의미하는 바를 선뜻 동일시하기 어렵다. 야구의 창시자들은 왜 스트라이크와 볼이란 말을 썼을까.

폴 딕슨(Paul Dickson)의 베이스볼 딕셔너리에 따르면, 1845년 야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니커보커(knickerbocker)의 룰에서 그 말이 옮겨왔다고 한다. 하지만, 니커보커 게임에서 그런 말을 썼던 이유는 역시나 언급이 없다.

- 배구에서 최초의 공격자는 서브를 하는 선수다. 농구에선 자기팀 엔드 라인에서 공을 던짐으로써 공격이 시작된다. 축구, 테니스, 하키 등등 상대(opponent)가 존재하는 거의 모든 볼 게임에서 공격의 시작은 공의 최초 점유자부터다.

그러나, 야구는 그 반대다. 야구에서 공에 대한 주도권(initiative)을 가진 이는 투수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는 그것을 받아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에서 공격자는 타자고, 투수는 수비자다. 어째서, 야구의 공격과 수비는 다른 스포츠들과 다른 것일까.

- 스트라이크는 야구에서만 쓰이는 게임 용어가 아니다. 볼링에서도 쓰이고, 축구에서도 쓰인다. 스포츠 게임에서 스트라이크란 말은 공격자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도록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광의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볼 게임들의 스트라이크는 야구와 달리 공격자에게 주도권이 있는 용어다. 그러니까, 역시나 야구만이 그 반대의 컨텍스트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의미에서 야구의 공격자는 투수이고, 타자가 수비자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공의 최초 점유자인 투수는 공을 스트라이크해야 하고, 타자는 투수가 던지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투수의 공격 행위를 타자가 방어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야구에서 투수는 엄연한 공격자다.

- 한국 시간 8월 20일, 요한 산타나는 한 경기 17 탈삼진을 기록하며 미네소타 프랜차이즈 신기록을 세웠다. 그의 삼진쇼를 동영상으로 보면서, "스트라이크"를 왜 스트라이크라고 부르는지 나름 짐작할 수 있었다. 

투수는 몸의 회전력에 의해 공을 던진다. 다리 - 골반 - 허리 - 어깨 - 팔로 이어지는 몸의 회전이 공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나, 투수의 스터프(stuff)는 몸의 회전력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산타나의 투구 동작을 자세히 보라. 앞서 말한 몸의 회전 이후, 공을 마지막으로 놓는 순간(release point), 그는 공을 단순히 던지는(throwing) 게 아니다. 그는 공을 때린다(strike).

KBO 홍보위원인 구경백씨의 주장도 동일하다. 커브를 던지는 투수들이 손끝으로 공을 채거나 팔목 혹은 팔꿈치를 비튼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때린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공을 놓는 마지막 순간, 공을 때린다는 느낌으로 공을 던져야 좋은 공이 나온다. 

- 그래서, 투수에 의해 제대로 때려진(strike) 공은 "스트라이크"로 선언되고, 그렇지 않은 공은 그냥 "공(ball)"이라고 불려지나 보다. 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야구의 공격수는 투수다.

- 오늘 경기에서 장원준이 1회부터 무너진 이유? 간단하다. 그는 공을 스트라이크하지 못했다. 자신이 경기의 주도권을 가진 공격수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타자 앞에서 도망만 다녔다.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하니, 얻어터지는 수 밖에... 장원준 이 문디야.

- 아참, 삼성과의 14차전은 이번 시즌 최다 점수차 패배 경기였으며, 삼성은 선발 전원 안타, 선발 전원 득점을 기록했다.

by 넘나 | 2007/08/22 14:39 | The Game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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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nakin at 2007/08/22 15:00
요즘들어 개인적으로 야구보는 관점이 스트라이크존으로 옮겨온지가 좀 된거같습니다. 타자는 일단 확실하게 스트라이크, 볼 구분을 해서 스트라이크만을 때려내고

투수는 확실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할수 있는 커맨드 좋은 투수들 위주로 게임을 보고

나중에 언제 또 야구보는 관점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스트라이크존 위주로만 봐도 큰 지장은 없더군여.
Commented by 想翔 at 2007/08/22 16:35
원준이는, 정말이지....
근데 이제는 제눈에 걔가 이뻐보여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어요. ㅠㅠ
Commented by 뭉치 at 2007/08/22 17:11
시속 100km의 각도 하나도 없는 밋밋한 변화구가 와도..스트라익 선언되면 환상적인 공..

시속 160km의 강속구 혹은 아무리 날카로운 변화구라도 볼이 되거나 안타 맞으면 개 똥볼..
Commented by 넘나 at 2007/08/22 17:20
Anakin / 내가 야구 보는 관점은...

타자는 무조건 홈런이 짱, 투수는 무조건 삼진이 짱... 이렇습니다 ( ..)

상상 / 너도 여럿 이뻐하는 스타일이구나 ㅋㅋ

뭉치 / 당연한 말씀 ^^;;
Commented by 후추 at 2007/08/23 14:45
"장원준 이 문디야"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말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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