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그 역대 최고의 클린업?

- 정빈형의 질문은 이렇다.

1999년 롯데 자이언츠의 클린업 타선 (박정태 - 호세 - 마해영)
1999년 한화 이글스의 클린업 타선 (데이비스 - 로마이어 - 장종훈)
2000년 두산 베어스의 클린업 타선 (우즈 - 김동주 - 심정수)
2003년 삼성 라이온스의 클린업 타선 (이승엽 - 마해영 - 양준혁)

위 네 타선 가운데, 어느쪽이 가장 강력한 타선인가?

- 이건 굉장히 고전적인 질문이다. 신선하지 않지만, 여전히 진지한 토론의 생산이 가능한 아이템이다. 선수들 사이의 비교와 평가는 야구에 "환장한" 사람들에게 숙명적인 놀이니까.

-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기록의 3가지 측면을 살펴 봐야 한다.

1. 누적 기록 : 안타, 홈런, 타점, 볼넷 등 해당 시즌 동안 각 타자가 행한 공격 이벤트의 총합
2. 비율 기록 :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 각 공격 이벤트가 발생한 비율
3. 상대 기록 : 해당 시즌 각 타자의 기록이 리그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

위 3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00년 두산 클린업의 안타수(448개)는 2003년 삼성 클린업의 안타수(451개)보다 적다. 그러나, 두산 클린업의 타율은 0.319, 삼성 클린업의 타율은 0.307이다. 어느 쪽이 더 강한 타선인가?

1999년 한화 클린업의 홈런수(102개)는 2000년 두산 클린업의 홈런수(99개)보다 많다. 그러나, 1999년 시즌 리그의 총홈런수는 1274개였고, 2000년은 1132개였다. 한화 클린업의 홈런 보다 두산 클린업의 홈런수가 리그 전체 수준과 비교해서 0.74% 포인트 더 큰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니까, 총합은 한화의 것이 많았지만, 해당 시즌 다른 타자들과의 상대적 비교를 해 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는 얘기다(평균이 70점인 학교에서 90점을 받은 학생과 평균이 60점인 학교에서 90점을 받은 학생의 실력은 엄연히 다르다).

- 물론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은 어떤 기록을 비교와 평가의 기준으로 할 것이냐는 문제다. 안타수? 홈런수? 타율? 출루율? XR? SEC? RC? GPA? 과연 어떤 기록이 타자의 공격력을 평가하는 데 가장 유용한가.

타율과 OPS를 비교하는 건 합리성에 관한 문제다. 그러니까, 둘 가운데 OPS가 훨씬 논리적이고 타당한 비교 수단이란 얘기다. 그러나, XR과 GPA 가운데 고민하는 건 선택의 문제다. 둘 모두 타당성과 신뢰성을 가졌지만, 계산과 비교의 효율성을 고려해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면 된다.

- 아래 표는 위 네 타선의 기록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안타
홈런
타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1999 롯데
488
82
324
0.343
0.426
0.590
1.015
1999 리그
9995
1274
5372
0.276
0.352
0.441
0.793
%
4.88%
6.44%
6.03%
124.24%
120.95%
133.70%
128.04%
-
-
-
-
-
-
-
-
1999 한화
446
102
301
0.302
0.378
0.582
0.960
1999 리그
9995
1274
5372
0.276
0.352
0.441
0.793
%
4.46%
8.01%
5.60%
109.24%
107.29%
132.01%
121.04%
-
-
-
-
-
-
-
-
2000 두산
448
99
308
0.319
0.409
0.587
0.996
2000 리그
9792
1132
5063
0.270
0.347
0.422
0.769
%
4.58%
8.75%
6.08%
118.40%
117.97%
139.10%
129.56%
-
-
-
-
-
-
-
-
2003 삼성
451
127
359
0.307
0.398
0.626
1.024
2003 리그
9607
1063
4653
0.269
0.345
0.414
0.759
%
4.69%
11.95%
7.72%
114.17%
115.39%
151.25%
134.95%

표를 읽는 방법은 이렇다.

2003년 삼성 클린업 타자들의 총안타수는 451개인데, 동 시즌 리그 전체의 안타수는 9,607개였고, 삼성 클린업의 안타수는 리그 안타수의 4.68%를 차지한다(홈런, 타점도 동일한 방식으로 읽으면 된다).

2003년 삼성 클린업 타자들의 타율을 계산하면 0.307인데, 동 시즌 리그 전체 타자들의 타율 평균은 0.269였고, 삼성 클린업의 타율은 리그 전체 수준과 비교해서 114.17%이다(출루율, 장타율, OPS도 동일한 방식으로 읽는다).

- 나는 위 공격 스탯 가운데, OPS의 상대 기록(%)이 저들의 공격력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2003년 삼성의 클린업 타선, 즉 이승엽 - 마해영 - 양준혁의 공격력이 가장 강력했다고 본다.

- 재밌는 건, 내 기준에 의해 가장 공격력이 약했던 1999년 한화만이 저 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시리즈 챔프가 되었다는 사실.

by 넘나 | 2007/08/23 14:18 | Player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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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Giants Journal :.. at 2008/09/08 11:20

... 포(김성한 - 김봉연 - 김종모)가 유명했지요. 그래도, 우리 리그 역사상 최강의 타선은 이승엽 - 마해영 - 양준혁으로 이루어진 2003년 삼성 라이온스가 아니었나,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뭐 어쨌든, 12경기 동안 홈런 13개, 91득점, 0.346 / 0.428 / 0.513 을 때려내고 있는 후반기 롯데 타선은 '머더러스 로 '로 불려 ... more

Commented by Anakin at 2007/08/23 14:35
여기에 한번 파크팩터를 감안해보면 2000년 두산과 2003년 삼성의 차이가 뒤집어지거나 격차가 줄어들지도 모르겠군여. 아무래도 잠실과 대구구장의 차이는 있으니까 말이죠/

근데 그런 노가다는 누가봐도 별로 사람할짓은 아닌지라 -_-
Commented by 넘나 at 2007/08/23 14:45
Anakin / 파크 팩터를 고려하지 않은 이유는... 어차피 상대적으로 평가하려 했기 때문이에요. 어느쪽 클린업의 "잠재적" 파괴력이 강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결과를 창출했냐에 초점을 두었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우리 리그에서 파크 팩터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대세구요...
Commented by 뭉치 at 2007/08/23 15:45
ㅋㅋㅋ 역시나..제 예상대로 또또행님도 2003년 삼성 클린업의 손을 들어주셨군요..

타율이나 안타 같은 건 별로 생각하지 않았고..전 그저 장타력(미친 리승요프-_-)만으로 2003년 삼성이 가장 나은 클린업이라고 생각했거든요..ㅋ

역시나..홈런을 장땡으로 여기시는 또또형 선택다우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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