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달인에게 묻는다 12 김용달

[달인에게 묻는다 12] 김용달 코치의 '타격,그 난해한 예술에 대하여'

입력 : 2007-09-10 13:28:32

▲ 김용달 코치 [사진=LG트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달인에게 묻는다'는 지도자 편을 시작하며 김용달 LG 타격코치를 가장 먼저 찾아갔다. 야구에서 가장 어렵다는 '타격'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타격 이론은 수없이 많다. 내가 정답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답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의 말 처럼 아직 해답을 찾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가고 있는 길을 따라 걸어 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타격은 왜 어려울까

열번에 세번만 성공해도 칭찬받는 것이 타격 말고 또 있을까. 세월이 흐를 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초창기 야구에서 투수는 '타자가 칠 수 있도록 던져주는 사람'의 의미였지만 이젠 '투수가 공을 던져야 경기가 시작된다"로 바뀌었다. 야구의 중심이 타자에서 투수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타격 코치의 고충이 그만큼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김 코치는 "짧은 시간에 판단을 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타격이 어렵다. 보통 0.45초 정도면 투수의 공이 도착한다. 반응 속도를 빼면 남는 시간은 0.2초 정도다. 공이 9m 앞에 왔을때는 뭔가 결정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인간이 그 시간에 결단을 내리고 행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공에 대처해야 하니 그렇다"고 했다.

▲타이밍 그리고 동체시력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김 코치는 대뜸 가위 바위 보를 해보자고 했다. 둘이 동시에 시작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투수가 공을 던지러 공격 들어오는데 타자가 수비적인 자세에 있다면 백전 백패다. 투수가 공격할 때 공격적 자세를 갖춰놓고 있다가 나쁜 볼도 참는 유연한 자세가 돼야 한다. 성공한 선수들은 자기만의 타이밍 잡는 법이 있다. 이치로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탑의 위치에 있을때 동작이 시작되지 않으면 맞히지 못한다. 투수들은 그 타이밍을 뺏기 위해 이중 모션 등 갖은 방법을 썼다. 타자는 투수와 동시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타이밍이 맞은 다음 중요한 것은 '눈'이라고 했다. 투수는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코치의 말 대로 "변화구의 가짓수가 수십가지"인 것이 요즈음의 야구다. 슬라이더만 해도 옆으로 가는 것,크게 떨어지는 것,빠르고 짧게 꺾이는 것 등으로 세분화 됐다. 공의 변화를 쫓기 위해선 타이밍과 함께 눈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체 시력에 대해 어떤 뚜렷한 정의를 내리고 싶지만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했다. 많이 노력은 하고 있는데...

어찌됐든 타격코치는 돌팔이식으로라도 물리학 인체학 스포츠 과학에 대해 연구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 돌팔이식으로 얘기하면 시력이 나쁘면 뇌에 전달이 늦어 볼의 변화나 스피드 대응이 떨어진다. 나쁜 타격 자세에서도 그런게 나오고 동체시력이 실제 떨어져서 그런 경우도 있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야구를 보면 준비 자세에서 어깨가 닫힌 선수가 거의 없다. 귀가 살짝 보일 정도로 투수를 향해 오픈돼 있다. 볼의 궤적을 잘 보기 위해서다. 그만큼 궤적을 쫒는 눈이 중요하다.

우리 팀에 A라는 선수가 있다. 흔히 말하는 5툴 플레이어다. 그러나 너무 거칠다. 말도 안되는 공에도 자꾸 손이 나간다. 알아보니 심정수(삼성)가 받았다던 눈 수술을 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타격코치 입장에선 나쁜 타격 자세에서 나온 문제라 보고 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

이순철 MBC ESPN 해설위원은 얼마 전 이데일리 SPN 칼럼에서 "프로팀 타격코치들과 이야기 해보면 아마추어때 이미 타격에 나쁜 습관들이 만들어져 오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라고 한 바 있다.

김 코치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방통행식으로 교육받은 탓에 성장이 더욱 더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지도자들이 "기다려. 나쁜거 치지마"라고만 강조하다보니 약점이 나온다. 볼은 가까이오는데 그 가까이 온 걸 치려다보니 어떻게 되겠나. 상체를 먼저 사용하고 팔로만 치게 된다. 그러다보니 볼이 변화하면 돌이킬수가 없다. 하체에서 준비가 되면 순번이 뒷 발끝부터 시작해서 신체적으로 다 돌아서 방망이가 돌아야 하는데 그 시간을 가질 수가 없는거다.

▲ 김용달 코치 [사진=LG트윈스]


가르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눠야 서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뭔가를 가르치고 선수에게 어떤지 묻는다. 답은 대부분 그냥 "좋은데요" 아니면 "모르겠는데요"다. 고친 것이 자신의 몸에 어떤지 공이 어떻게 보이는지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타격폼은 한결같을 수 없다. 신체 조건 ,근력 차이, 유연성에 따라 개별성이 생긴다. 선수에 따라 특성을 찾고 길을 찾아야 하는데 선수가 대화하는 법을 모르니 어려움이 생긴다."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흔히 "타격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한다. 워낙 어려운 작업이다보니 자조를 섞어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김 코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타격 코치는 그렇게 믿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심정수와 이종렬,그리고 유지현과 서용빈의 이야기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김동주 정도만 타고난 재질로 성공한 선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폼이 흔들림 없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심정수는 2003년 53개의 홈런을 치며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 해에도 두어차례 폼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노력했다는 증거다.

우선 심정수는 몸을 키우려 달걀 흰자를 매일 수십개씩 먹어댔다. 현대에 온 뒤 하체 쓰는 법에도 눈을 떴다. 처음엔 힘겨워했지만 그게 옳다는 걸 느낀 뒤 많은 땀을 흘려 결국 자신의 것을 만들었다.

타격폼에 작은 변화를 몸이 익히려면 최소한 3만번 이상은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보통 한달 정도 걸리는 긴 여정이다. 그걸 흔들림 없이 소화하는 선수가 드물다. 조금 하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면서 이종렬이나 박종호의 예를 들었다. 재능은 부족했지만 그나마라도 갖고 있는 재능에 노력을 더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들의 재능은 아까 말한 A 선수의 절반밖에 안된다. 그러나 부단한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특히 둘 다 스위치 히터로 성공했는데 그건 더 어렵다. 쓰지 않던 근육을 쓰려면 몸에 이상이 온다. 엄청난 통증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들은 그걸 이겨냈다.

둘 다 1,2군을 오르내리던 시절이 있었다. 보통 선수들이 2군에 떨어지면 한달정도 슬럼프를 겪는다. 상실감 탓이다. 그러나 둘은 달랐다. 곧바로 특타 치고 특수를 받았다. 다들 안된다고 했지만 장점을 살리면 이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서용빈과 유지현의 예를 물었다. 둘 모두 김 코치와 함께 영광의 시간을 함께했던 선수들이다. 그러나 너무도 일찍 유니폼을 벗었다. 그들 뿐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쟤는 이제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평가는 곧 은퇴를 의미한다. 김 코치는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좋은 선수를 만나 좋은 결과도 얻었지만 실패도 그만큼 많았다. 그런 경험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또 포기하지 않은 선수는 반드시 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뿐이다. 서용빈과 유지현 모두 예전만큼의 기량은 아니었을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남아 있었다. 그 부분을 키우려는 접근을 했더라면 좀 더 선수생활을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고자하는 의욕도 갖고 있었을 것이다.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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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넘나 | 2007/09/10 17:37 | Player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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