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28. 기아 2 : 4 롯데 @ 사직

브라질의 음악가 빌라 로부르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민중은 앞으로 한 걸음만 더 가면 행복을 쟁취한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입을 빼쭉 내밀었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목이 터져라 노래하는데,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불행한 거야! 네, 주위 모든 것을 롯빠의 눈과 귀로 지각하고 사고하는 나로선 그런 한탄이 나올 수밖에요.

그러나 오늘 나는, 그리고 우리는 부산 갈매기와 더불어 한 걸음 더 나아갔고, 그 길 끝에 행복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직 구장에 있던 수 만 명이 함께 부르는 부산 갈매기, 아니 TV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따라불렀을 수많은 롯빠들의 부산 갈매기, 그 노래로 인해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축제는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인해 더욱 달콤하다" 어느 작가가 그렇게 말했다지요. 경기 후 사직 구장 하늘에 쏟아지는 불꽃을 보면서 우리를 기다리게 했던 그 시간이, 달콤했음을 깨닫습니다.

이제 며칠 지나면, 그들이 나에게 옵니다. 마치 가장 서러운 시간을 보낸 이들의 가슴을 보듬어 주려는 듯, 부산에서 대구와 대전을 지나 이곳으로 옵니다. 잠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나의 롯데 자이언츠!

by 넘나 | 2008/09/28 22:50 | The Game | 트랙백 | 덧글(14)

08.09.27. 한화 3 : 4 롯데 @ 사직

1
후반기 들어 손민한은 커브를 많이 던집니다. 예전엔 잘 던지지 않던 커브의 구사 빈도가 높아지는 걸 보면서 '저 친구 왜 저럴까?' 줄곧 궁금했지요. 반면, 그를 리그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르게 했던 투심 계열 체인지업(스플리터)의 빈도는 확연히 낮아졌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추측해 볼 수 있는데,

ⓐ 상대 타자들에게 노출이 많았던 탓으로 인한 의도적 투구 패턴 변화
ⓑ 스플리터를 잘 던질 수 있는 어떤 능력(악력 등등)의 저하
ⓒ 위 두 가지 모두

, 이 정도가 아닐런지요.

그의 투구를 보면서 ⓑ에 대한 의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좌타자 무릎을 향해 대각으로 짧게 떨어지던 그의 스플리터를 후반기엔 거의 볼 수 없어요. 안예 안 던지는 게 아니라, 던져도 그렇게 들어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손민한의 포심, 그러니까 빠른 공의 구위 저하를 거론하던데요, 그 지적이 틀린 건 아니지만 최근 부진의 원인으로 그것을 꼽기엔 뭔가 부족합니다. 손민한의 속구는 지난 해부터 명징하게 그 위력이 떨어져왔거든요.

작년에도 손민한의 빠른 공은 종종 140을 넘기지 못하곤 했습니다. 거기에다 체력 약화로 공이 살짝 높아지면서 피홈런수가 급증했지요. 올해도 손민한의 피홈런은 전반기에 이미 10개였습니다.

그런데, 손민한의 그라운드볼/플라이볼 비율(G/F)을 보면...

전반기 G/F : 1.61
후반기 G/F : 1.49

...그라운드 볼로 아웃 카운트를 잡는 비율이 미세하게 낮아졌습니다. 오늘도 그라운드볼 아웃보다 플라이볼 아웃의 수가 하나 더 많았지요.

투심 계열 공들이 약화된 증거로 삼기엔 조금 성급할까요? 내 눈엔 그렇게 보입니다만.

중요한 건 이런 문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네, 그러니까, 포스트 시즌 손민한이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냐 라는, 예전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던 문제(중의적 의미에서)가 우리 앞에 다가왔습니다. 준플옵부터 시자한다고 가정할 경우, 사직에서 열릴 삼성과의 1차전 선발 투수로 손민한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2
최기문의 기억속에 가물가물한 본인의 끝내기 안타는 5년 전이었습니다. 2003년 6월 29일 사직에서 열린 SK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쳤지요. 그 때도 연장 10회말이었습니다. 그 날 최기문은 끝내기 안타뿐 아니라 2-1로 지고 있던 9회말 1사 2루에서 동점타를 날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서 다시 끝내기! 상대 투수는 9회말, 10회말 모두 조웅천이었습니다.

나는 늘 최기문이 좋은 포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롯데가 포스트 시즌 경기를 했던 '99년에는 강성우의 백업으로, '00년에는 주전으로 마스크를 썼지요. 그 이후 롯데 암흑기에 그의 포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팀 마운드 붕괴의 원인을 최기문에게 돌리는 건 한 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어쨌거나, 최기문은 팀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팀의 안방을 굳건히 지켜온 소중한 존재지요.

강민호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말하는 최기문을 보면서,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y 넘나 | 2008/09/27 22:09 | The Game | 트랙백 | 덧글(7)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