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등등...(6)

1
오세철은 수 십 년 전부터 사회주의자였습니다. 아니, 세상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을 이제와서 잡아가두려하다니요. 나처럼 딱히 별다른 생각없이 사는 이들이야 괜찮겠지만, "생각의 다름"이 범죄가 되고, 그 이유로 국가의 폭력에 희생되는 사람들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내가 오세철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게 아마 2학년 가을이었을 겁니다. 그 때도 그는 노동자 무슨무슨 단체에서 높은 직함을 갖고 있었지요. 하지만, 나는 그 양반으로부터 전혀 "의식화"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하는 말이 너무 어려웠기도 했지만, 한 여학생을 쳐다보느라 수업 내내 다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인하자면, 나는 경제학과 학생도 아니었고, 오세철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그 전엔 전혀 몰랐습니다. 내가 그 수업을 신청한 이유의 전부는 오로지 그녀였어요.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에, 짧은 청치마, 스트라이프 셔츠, 그리고 흰 운동화를 즐겨 신던 그녀는 눈부시게 예뻤습니다.

나보다 두 살이나 많았지만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남자랍시고 괜히 거들먹거리고 싶어하는 거. 하지만, 정작 옆에 졸졸 따라다닌 사람은 나였습니다. 말도 잘 듣고, 귀찮은 일도 착착 해 주고,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녀는 내 재롱(?)을 잘 받아줬습니다. 그런 게 연정이었는지, 아님 일종의 피버였는지, 이젠 잘 기억 나지 않습니다. 사랑니가 조금 아팠던 그 해 가을이 무척 즐거웠다는 것 말고는.



2
친구 하나가 사랑니를 뽑았습니다. 삐뚫게 솟아올라 결국엔 수술을 했다더군요. 실은 내 사랑니도 수술을 통해 제거했습니다. 8년 전인가요. 아이들을 무척 싫어하던 치과의사에게 시술을 받았습니다. 치과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싫어하니 그 양반 인생도 참 고달프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치과의자에 앉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긴, 밥벌이로 하는 직업이 자신의 기호, 취향, 기질 혹은 성격과 꼭 맞는 경우가 세상에 몇이나 됩니까. 대부분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왔다갔다하는 것이겠지요. 자아실현을 위한 직업이란 건 교과서에나 나오는 흔한 빈말들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한 후배가 이직 문제로 내 조언을 구했습니다. 회사 생활이 도통 즐겁지 않다는 게 그 녀석의 불만이었지요. 이야기를 한참 들은 후에 내가 말했습니다. "때려 쳐..." 그리곤, 그게 다닙까,라는 눈빛이 녀석 얼굴에 비치길래 한 마디 더 해줬습니다. "근데 말이지, 새로운 곳이 다시 지루해져도 날 타박하진 마!"



3
애니메이션 아티스트가 꿈이었던 친구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전혀 엉뚱한 일을 하고 있지만요. 그 친구 머릿속이 요새 복잡한 모양입니다. 이런저런 안좋은 일에 시달려 심신이 지쳐있거든요.

그 녀석을 데리고 한가람미술관에 갔습니다. 픽사의 장단편 캐릭터와 스케치를 봤더니 머릿속이 온통 울긋불긋해졌습니다. 피규어로 만들어진 월-E의 눈동자가 어찌나 슬프던지 그것을 담은 유리 상자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기념품으로 가져온 설리(Sulley)와 마이크(Mike)의 팝아웃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는데, 무척 귀엽습니다.

사실 나는, 픽사보다 드림웍스 쪽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드림웍스가 더 짙은 농도의 내러티브를 가졌으니까요. 하지만, 새로움과 진보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픽사 애니메이션에 늘 감탄합니다. 뭔가, 자신이 가려는 방향을 우직하게 걷는 장인들의 모습이랄까요. 존 라세터를 비롯한 픽사 아티스트들의 스케치를 보면서 그 경탄심이 더 높아졌습니다.

픽사 20주년 기념전은 이번 일요일이 마지막입니다. 그 전에 한 번 더 갈 생각입니다. 같이 간 녀석이 계속 콜록거리는 탓에 그 예쁜 그림들을 내 눈에 충분히 담지 못했거든요.


by 넘나 | 2008/09/02 11:12 | * it's mine * | 트랙백 | 덧글(6)

08.08.31.삼성 5 : 7 롯데 @ 사직

(3rd Top, collapse)


(4th Top, despondency)


(4th Bottom, chase)


(7th Bottom, lack)


(8th Bottom, miracle)


(8th Bottom, blow)


(9th Top, close)


(Win)



From the bottom of my heart, thank you.

Thank you,

because you never gave in,

and you never gave up!


(Hillary Clinton, Democratic National Convention, 2008)




by 넘나 | 2008/09/01 13:37 | The Game | 트랙백 | 덧글(13)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