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긴 장원준 공이 좋았던 건 아닙니다. 그 녀석도 대뜸 내게 묻더군요. "오늘 원준이 공이 않좋은가요??" 허나, 내 대답은 이랬습니다. "평소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걸!"
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오늘도 QS는 찍겠다, 싶었어요. 많은 이들에겐 오늘 그의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제대로 안들어간 걸로 보였겠지만, 장원준은 평소에도 많은 공을 존 안에 쑥쑥 넣는 그런 투수가 아닙니다.
오늘처럼 던지는 걸 평균으로 잡고, 장원준의 투구 내용 수준에 따라 그 결과를 짐작하면 이렇습니다.
오늘보다 안좋고 운도 나쁘면 4~5이닝 4실점
오늘보다 조금 안좋으면 5이닝 3실점
오늘보다 조금 좋으면 7이닝 2실점
오늘보다 좋고 운도 좋으면 8이닝 1실점
대충 이런 패턴입니다, 장원준은. 오늘은 운이 딱히 좋은 것도 아니고, 공도 그럭저럭했기 때문에 6이닝 2~3실점, 그러니까, 퀄리티 스타트 수준은 된다고 봅니다.
앞서 말했듯이, 장원준은 자신이 원하는 탄착점에 공을 마음 먹은 대로 넣을 수 있는 투수가 아닙니다. 미국인들은 그것을 로케이션 능력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장원삼이 조금 더 낫죠. 허나, 장원준의 공은 장원삼의 그것보다 더 힘이 좋고 변화구의 각이 더 큽니다. 이런 걸 미국말로는 스터프라고 하는데, 이건 장원삼보다 장원준이 더 좋습니다.
로케이션 능력과 스터프 정도를 종합해서, 미국인들은 커맨드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내가 볼 땐 아직 장원삼의 커맨드가 장원준보다 조금 우월합니다. 좌완 투수 가운데(우완까지 포함해도 그렇지만) 장원삼은 로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투수입니다. 반면, 김광현은 거의 최고급 스터프를 갖고 있구요. 그리고, 류현진은 그 두 가지 모두 리그 탑입니다.
해서, 이들 투수의 투구 능력, 즉 커맨드 수준을 굳이 한 줄로 세우면,
류현진 > 김광현 > 장원삼 > 장원준
정도이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생각합니다(봉중근은 김광현과 장원삼 사이쯤에 있고).
아, 뭐 그건 그렇고...
만약 오늘 조인성의 노림수가 작동하지 않고 김상현의 견제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전자는 운이 약간 나빴던 경우고 후자는 운이 약간 좋았던 경우니까 둘이 쌤쌤하면 오늘 장원준의 "운"지수는 대체로 0에 가까운 것인데), 아마도 장원준은 6회까지 1실점 정도로 막았을 겁니다. 그 정도면 장원준 투구 능력의 평균값에다 엘지의 빈타를 고려한 것과 대충 맞아 떨어지는 셈이지요. 그가 6회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건, 일요일 경기를 대비한 로이스터의 심모 혹은 원려였던 것뿐입니다.
2
아래 세 명의 타자에 관한 내 짧은 생각은 이렇습니다.
강민호가 자신의 커리어 하이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시즌 15호 홈런을 투런포로 장식했지요.
작년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자이언츠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을 친 포수는 임수혁입니다. '95년에 15개를 쳤지요. 그 해 그는 총 104경기에 출전했고, 그 가운데 80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해 팀 주전 포수를 강성우로 기억하는데요, 물론 그게 전혀 잘못된 건 아니지만 임수혁을 백업 포수라고 표현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뭐 어쨌든, 이제 강민호의 홈런수는 임수혁의 기록과 같아졌습니다. 게다가, 그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팀의 주전 포수지요(오히려 너무 많이 나와서 문제가 되는!).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롯데 역사상 포수 홈런왕 자리에 강민호의 이름을 올려놓아도 어색할 게 없습니다.
아, 남은 경기 동안 몇 개 더(내 바람은 최소 5개 더) 쳐서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롯데의 포수 홈런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강민호는 올해 그렇게 될 겁니다.
Ace조바님이 쓰신 글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이번 시즌
카림 가르시아가 보여주는 놀라운 클러치 능력이 내년 아니, 바로 다음 경기에도 지속되리라는 근거는 통계적으로 부족하지요. 그러나, 우리는 숫자에 앞서 선수와 그라운드와 그 둘의 열기를 먼저 봅니다. 가르시아가 나오면 무조건 한 방 쳐 줄 것 같은 그 느낌, 그건 당연한 겁니다.
그나저나,
신문을 보니 이효봉씨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 가르시아가 확실히 달라졌다. 전반기 막판까지 타율을 계속 까먹더니 후반기에 와선 다른 타자가 됐다. 그런데 투수들이 가르시아에게 유인구를 잘 못던지고 계속 승부를 하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한데, 어쨌든 잘 친다 "
이거, 내가 예전에 했던 말과 비슷한데요, 대체 왜 투수들이 가르시아에게 스트라이크를 대놓고 던질까, 정말 궁금합니다. 가르시아의 삼진이 증발한 게 그가 유인구를 잘 참아서 그런 걸까요? 뭐, 그렇기도 하겠지만, 내가 볼 땐, 가르시아가 참아야 할 그 유인구가 부쩍 적어졌습니다. 그거 참 이상하죠.
(물론 그 가장 큰 이유는 이대호이고, 그 다음은 우리 팀의 후덜덜한 하위 타선 타자들 때문이겠지만)
이인구의 현재 타율은 0.308입니다. 그리고, 출루율은 0.400입니다. (출루율-타율)이 1할 정도 되는 타자, 내가 아주 좋아라하는 그런 타입의 타자입니다. 내 눈엔 그가 장타력을 뺀 케빈 유킬리스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가 풀시즌을 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건 그의 장타율에 달려있습니다.
내가 유킬리스를 언급한 것도 그런 이유구요. 만약 이인구가 두 자리 수 홈런을 친다면 이인구는 가공할 타자가 될테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냥 출루율 높은 똑딱이, 그러니까 정수근 정도가 그의 맥스 스탯이 될겁니다. 어쩌면 그 이하가 될 수도 있고.
3
본인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보는 사람은 참 싫습디다.
혹시 몰라서(그러니까, 내일 연승 기록이 깨질 수도 있으니까) 역사상 최초의 11연승 인증샷을 올려 둡니다.
4
한겨레 신문 기자가 오늘 경기들의 특이 사항을 정리해 놓은 건데요,
삼성이 역대 최초로 3200 팀 홈런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찬양하던 선동열의 지키는 야구는 어디로 가고, 90년대 뻥야구 컨셉으로 돌아가려는 라이온스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팀 컬러라는 건,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만들어간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